지난 2월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부는 골프코스 설계 업체인 오렌지엔지니어링, 송호골프디자인 등이 스크린골프 사업자인 골프존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금지·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1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종전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며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20년 3월 일부 골프장 소유주들이 골프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골프코스는 골프장이 아닌 설계자의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 판결 이후 골프코스 설계업체들은 골프존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해 왔고, 오렌지엔지니어링 등이 제기한 소송 1심에서도 설계업체의 저작권을 인정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골프코스 원창작자인 설계자의 설계도면과 스크린골프용 가상코스는 유사하다는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골프코스에 창작성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창작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먼저 골프장은 골프경기규칙에 적합한 규격을 갖춰야하기 때문에 정해진 규격에 따라 설계될 수밖에 없고, 골프장 시설물(클럽하우스, 진입도로, 연습장 등)과 골프코스 개별 홀들의 배치순서(루팅플랜)에 관한 아이디어는 저작권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설계자들은 다음과 같은 예를 들며 골프코스 창작성을 부정한 이번 판례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고 즉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코스 설계업체의 한 관계자는 “골프코스는 적합한 규격이나 국제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각자 위치하는 자연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홀 내지 같은 골프장은 나올 수 없으며 골프장은 자연 속에서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입체적이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므로 같은 홀이더라도 주변 자연환경에 따라 코스의 성격, 분위기, 느낌 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골프장 설계에는 개별 홀들을 어느 순서로 배치하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골프장을 누가 설계하느냐에 따라 뚜렷한 개성이 드러나기에 공략방법이나 게임의 흥미성, 전략성이 달라지게 된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를 봐도 정형화되어 있거나 서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골프장들은 전 세계적으로 단 한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설계업체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대법원에서 골프코스에 대한 저작권은 설계사에게 있다는 판례가 나온 지 4년 만에 다른 판결이 나왔다”며 “골프코스는 창작자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설계도를 통해 표현된 것임에도 독창성이 인정되지 않는 점은 납득할 수 없으며 추후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필 기자  gvd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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